세상에 없던 생각


[Mar. 2016] – Book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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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양유창 | 더난출판사 | 2016.02.18

p78 – 본문중

     “옆에 서 있던 프랑스인 커플이 갑자기 소리치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나도 그들을 따라 뛰었다. 앙상한 소나무 숲을 지나가니 벌판이 나왔다. 그곳에는 이미 오로라 헌터들이 삼각대를 내려놓고 하늘을 바라보며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그런데 맨눈으로 아무리 하늘을 쳐다봐도 뭐가 오로라인지 알 수 없었다. 구글 이미지에서 본 멋진 붉은색 오로라가 하늘을 휘감는 광경을 상상했지만 눈앞에는 희뿌연 안개뿐이었다. 실망하고 있는 나에게 조금 전의 프랑스인 커플이 다가와 이 오로라는 강하지 않아서 사진으로만 보인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들이 하는 대로 삼각대를 내려놓고 노출을 길게 잡고 셔터를 눌렀다. 잠시 후 저장된 액정 속 사진 안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예쁜 녹색 띠가 하늘을 수놓고 있는 광경이 담겨 있었다. 나는 사진과 하늘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창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 것이 우리가 무언가를 만들 때 그 과정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를 느리게 잡는 것 처럼, 긴 시간을 압축해서 보면 비로소 멋진 창작물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창작을 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냐고 물어 온다면 아니라고 얘기하긴 어렵다. 왜냐하면 매번 다른 분야, 새로운 주제, 최신 데이터를 가지고 그 누구도 분석해본 경험이 없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눈이 먼 상태에서 온 몸의 감각을 총 동원해 앞을 걸어가는 느낌인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늘 제대로 분석을 하고 있는지 전후 앞뒤 줌인 줌아웃해서 프로젝트를 살펴보려고 노력하나 항상 잘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항상 나만 이렇게 심각하게 고민하는지 주변의 다른 창작자들의 결과물들을 보며 자괴감에 빠질때도 있다.

     “세상에 없는 생각” 은 윤태호, 차세영, 나영석, 우경민, 장유정, 대도서관, 김성훈, 김찬중,  박웅현, 퍼엉 총 10명의 최근들어 유명해진 그나마 덜 알려진 크리에이터들로 부터 창작품들을 어떻게 완성했는지 묻고 답하고 있다. 혹시 창작자들이 얘기하는 소위 그들만의 비법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비법은 물론 없었다.

 p251 – 본문중

실패로부터 배우나? (박웅현)

     실패가 도움이 되는 이유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해 후회할 여지를 줄여준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어떤 선택이든 결국 애초에 뭐가 맞고 틀린지는 정해져 있지 않더라. 예를 들어, 꽤 오래전 일인데, 광고에 쓸 음악을 고르느라 고민한 적이 있었다. 녹음실 실장, 카피라이터, PD, 음악감독 등 여섯 명이 A라는 음악을 선택했는데 나만 혼자 B라는 음악이 더 좋았다. 그땐 내가 음악 전문가는 아니니까 다수가 선택한 게 맞겠지 하고 A를 선택했다. 그런데 결과는 별로였다. 방송 나간 뒤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두세 달 후 그때 B를 선택할 걸 하고 후회했다. 그런데 이후에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다. 이번엔 내가 혼자 밀어붙여서 B를 선택했다. 그런데 역시 결과가 안좋았다. 또 실패한 거다. 이렇게 두 가지 경우를 다 경험하고 나서 스스로 내린 결론은 이거다. “옳은 답은 없다. 모두 어제 내린 눈이다.” 무슨 말이냐면, 결국 전문가 의견이 옳다는 객관론이나 내 의견이 옳다는 주관론이나 둘 다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모범답안이나 원칙은 없다. 모든 사건은 개별적이어서 경우에 따라 해석도 달라져야한다.”

     결국 창작물에는 옳고 그름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며, 정해진 원칙, 창작의 방법, 조건 등이 있는 것도 아닌 것을 깨달았다. 만들어낸 창작물을 받아들이는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느냐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에 읽은 “창의성을 지휘하라”에서도 결국 대중의 공감을 끌어내기위해 집단 토론 및 회의를 하는 것이었다. 미생의 윤태호 작가처럼 겸손한 마음에 바탕을 두고 집요하게 파헤쳐 가는 것으로부터 공감 능력을 키울 수도 있고, 나영석 피디 처럼 사람들 사이의 소소한 일상을 관찰함으로써 소박하고 담백한 진정성 있는 공감을 끌어낼 수도 있으며, 박웅현씨 처럼 성실함에 바탕을 둔 꾸준한 인문학 독서를 통해 사소한것에 감탄하며 즐기는 공감 능력을 키우기도 한다. 나는 지금가지 살면서 타인과 공감하려 노력해본 적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같은 얘기를 해도 남들과 달리 받아 들이며 전달도 다르게 된다. 나만의 타인과 공감 방법(?), 방식(?)은 무엇인가 반문해 본다.

   결국 창작의 비결은 “나만의 타인과 공감 능력을 어떻게 키워갈 것인가? 방식, 전달 매체는 무엇인가?” 인것 같다.

Mar. 2016
Borin78

계속 “세상에 없던 생각” 읽기

새빨간 거짓말, 통계


[Feb. 2016] – Book Review

저자 대럴 허프 | 더불어책 | 2014.04.12
원제 How to lie with Statistics

조지 오웰의 ‘1984’ 소설 속 사회는 ‘빅 브라더’가 이끄는 당에의해 통제된다. 개인의 집과 거리 곳곳에 ‘텔레스크린’과 ‘마이크로폰’이라는 감시 도구를 설치해 놓고 이를 통해 사람들을 감시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우울한 것은 기계들뿐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감시하기도 하는데 남편이 아내를, 어린 아이들이 부모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것이 소설속 사회에서는 미덕으로 추앙된다는 점이다.

‘새빨간 거짓말, 통계’를 읽으면서 조지 오웰의 소설이 계속 오버랩된 것은 왜 일까?

“p9 – 사회나 경제의 동향, 기업의 경영상태, 여론조사, 국제조사 등 방대한 데이터를 기록하는데 통계적 방법과 통계적 용어는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용어들이다. 그러나 그 용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정직하게 사용하는 발표자와, 사용된 용어의 뜻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대중들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황당한 말장난에 불과할 것이다. (본문 중)”

우리는 어떤 정보에 숫자가 들어가면 은연중에 전문적이고 정확한 자료라고 판단하게 된다. 그 만큼 숫자는 현대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정직을 의미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통계 자료들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행동의 방향성을 정한다. 그리고 그러한 자료를 만든 사람들이 우리보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훨씬 더 전문적이라고 인정하면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대럴 허프는 표본, 평균, 오차, 그래프, 지수 등을 비롯한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여러 도구들을 정확하게 묘사하였다. 또 통계전문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모든 형태의 통계를 죄다 늘어놓으며, 표본 연구, 도표화, 인터뷰 기법, 숫자로부터 결론을 추출하는 방법 등을 파고 들어가,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오히려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 위해 쓰인 수많은 속임수들을 드러내어 보여 준다.

그리고, 마지막 10장(통계의 속임수를 피하는 다섯 가지 열쇠)에서는 다섯 가지 간단한 질문을 통해 올바르고 건전한 데이터를 식별해 내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1.  누가 발표했는가? 출처를 캐봐야한다.
    예를 들어, 어떤 실험실에서 무엇인가를 검증하였다면, 자신이 주장하는 이론의 완벽성을 과시하기 위해서인지, 또는 명예를 위해서인지 또는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2. 어떤 방법으로 알게 되었는지 조사 방법에 주의해야 한다.
    표본의 왜곡 여부, 표본의 추출방법, 표본의 크기, 상관관계가 정말 의미 있는 것으로 결론 지을 만큼 많은 표본 크기, 유의한 결론을 내릴 만큼 충분한 사례 등
  3. 빠진 데이터는 없는지 숨겨진 자료를 찾아 보아야 한다.
    표본의 크기, 신뢰도에 관한 자료(확률 오차, 표준편차 등)가 빠져있는 상관관계, 산술평균값과 중앙값의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편차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평균값, 비교할 다른 숫자가 없는 경우, 백분율만 표기되어 있고 실제 숫자는 빠져있는 경우, 지수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지수 외에 무엇이 생략되어 있는가, 생략된 것은 무엇인가 등.
  4. 내용이 뒤바뀐 것은 아닐지 쟁점 바꿔치기에 주의해야 한다.
    기초가 된 데이터와 결론 사이에 어떤 바꿔치기가 있었는지 주의해야 한다. 전후관계와 인과관계의 혼동 등
  5.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살펴 봐야한다. 석연치 않은 부분은 조사해라.
    증명되지도 않은 가정을 토대로 장황하게 이야기가 전개될 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와 같은 질문은 통계숫자를 과대평가하지 않고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실증주의 역사와 해석학적 역사의 딜레마(?)”

데이터를 분석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써 항상 데이터 자체의 오류와 분석 과정속의 왜곡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데이터의 분석은 언제나 복잡하게 보이며 수학적/논리적이다. 따라서 분석을하는 입장에서도 객관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컴퓨터 프로그램 속에 내재되어 있는 편향된 기능을 쓰는 것 만으로도 과학적/수학적/논리적으로 보인다. 데이터 자체는 거짓말이 아니지만 분석 및 해석하는 과정 속에서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왜곡될 소지가 큰게 사실이다.  하지만, 당면한 과제 해결을 위해서 관점을 가지고 방향을 잡지 않는다면 분석을 진행 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데이터 분석은 방향을 잃고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다. 역사학자들 처럼 이는 분석가가 가지고 있는 딜레마라고 생각된다.

아무튼, 현실적으로 분석가도 일반 대중들도 정보의 약자이다. ‘빅 브라더’ 만큼 정보를 갖는 것은 둘 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빅 브라더’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왜곡된 정보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통계는 세상을 바꿔갈 최고의 도구가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Feb. 2016
Borin78